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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오바마’ 조코위는 정말 타락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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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 #인도네시아 대선수비안토의 대선 포스터. 조코위를 가운데로 대통령 후보인 수비안토(왼쪽), 조코위 자암인 부통령 후보 기브란이 나란히 있다.정의길의 글로벌

‘인도네시아의 오바마’ 조코위는 정말 타락한 걸까

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 #인도네시아 대선수비안토의 대선 포스터. 조코위를 가운데로 대통령 후보인 수비안토(왼쪽), 조코위 자암인 부통령 후보 기브란이 나란히 있다.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인도네시아의 오바마’ 조코위는 정말 타락한 걸까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인도네시아의 오바마’ 조코위는 정말 타락한 걸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인도네시아의 오바마’ 조코위는 정말 타락한 걸까
수하르토 32년 독재 정권 시절 인권 탄압 이력 논란이 있는 프라보워 수비안토(72)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의 대선 승리가 확실시된다. 인권운동 단체와 야권에서는 그의 당선이 인도네시아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수비안토 장관은 대선 1차 투표일인 14일 저녁 “이번 승리는 인도네시아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고 자카르타 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
조코 위도도(63) 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오는 10월 취임할 것으로 보이는 수비안토 장관은 논란이 많은 인물이다.
그는 독재자 수하르토 대통령(1967년 3월~1998년 5월 재임)의 사위로, 수하르토 정권 시절 악명 높던 코파수스 특수부대 사령관으로 재직(1995년 12월~1998년 3월)했다. (…)
그는 이미 2014년과 2019년 두차례 대선에 도전했으나, 모두 위도도 대통령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번엔 한때 정적이었던 위도도 대통령의 후계자를 자처했다. 그는 부통령 후보에도 위도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6) 수라카르타 시장을 지명했다.(2024년 2월15일 한겨레)
Q. 일단 이름부터 물어볼게. 조코 위도도, 조코위 도도? 뭐가 성이고, 뭐가 이름이야? 아빠는 조코위인데 왜 아들은 기브란이지?
A. 대통령 이름 정리에 앞서 일단 인도네시아가 어떤 나라인지 먼저 알아보자. 인도네시아는 1만7천개 섬에다가 700개의 언어가 있는 나라야. 인구도 2억8천만명이나 돼. 다채로운 문화만큼 이름 표기 방식도 다양해. 그런데 인도네시아 최대 다수인 자바족은 성이 없는 게 일반적이야.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들 이름도 수하르토, 수카르노 이게 끝이거든.
현 대통령인 조코 위도도나 차기 대통령인 프라보워 수비안토는 성 없이 이름 2개가 합쳐져 있어. 조코 위도도는 두 이름을 합쳐 축약해 흔히 ‘조코위’라고 불러. 그의 아들 이름이 뜬금없이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라는 것도 성이 없으니까 그런 거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4일(현지시각) 자카르타의 한 투표소에서 부인과 함께 차기 대통령·부통령 등을 뽑는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Q. 그렇구나. 나 사실 조코위한테 호감 있었어. 검소하고 청렴하고 능력 있는 정치인. ‘인도네시아의 오바마’라는 별명도 있었잖아.
A. 맞아. 조코위 정부는 인도네시아가 1949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이후 제대로 된 최초의 문민정부야.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1945~65년)는 독립영웅이었지만 종신 대통령을 선언하며 독재자의 길로 들어섰고, 수하르토(1965~1998)는 수카르노를 쿠데타로 뒤엎고 33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어. 이후 15년 동안 무려 네 명의 대통령(하비비·압둘라만 와히드·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수실로 밤방 유도요노)이 있었지.
이런 혼란을 끝낸 대통령이 조코위야. 그는 자바 중부 도시 솔로(수라카르타)의 빈민가에서 목수 아들로 태어났어. 대학 졸업하고 샐러리맨으로 일하다 가구 회사를 차려서 성공해. 2005년엔 고향에서 시장으로 당선돼 전통시장 활성화, 환경보호, 건강·교육보험 정책 등으로 성과를 냈지. 이를 바탕으로 2012년엔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 시장, 또 그 2년 뒤엔 대통령…그야말로 초고속 출세를 거듭했어.
대통령 재임 10년 동안 열악한 사회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하면서 경제 규모(GDP)를 43%나 키웠지.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런 추세라면 2027년껜 인도네시아가 러시아와 영국을 제치고 세계 6위 경제대국이 될 거라고 해. 곧 퇴임을 앞둔 지금도 조코위 지지율은 70%를 달리고 있어.
Q. 그런데 왜 조코위 아들은 야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했던 거야?
A. 인도네시아 헌법은 대통령의 3선을 금지해. 막강한 인기를 누리는 조코위도 이번 대선에 출마할 수 없어. 그러자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과 다른 길을 모색한 거지.
따지고보면 그가 좀 달라진 2019년 재선 때부터야. 대선 경쟁자인 프라보워 수비안토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했거든. 수비안토는 독재자 수하르토의 사위로 군부독재의 핵심인 특수부대 사령관을 지내며 납치·학살을 저지른 혐의도 받아. 조코위가 그런 수비안토를 장관에 임명한 건 좋게 말하면 대연정이고, 나쁘게 말하면 기득권층과의 타협이지. 조코위가 수비안토를 껴안은 뒤로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했어.
그 전례없는 국민들의 지지가 조코위로 하여금 ‘왕조 구축’의 꿈을 꾸게 만든 것 같아. 장남 기브란은 외국 유학에서 돌아오자마자 2021년 아버지 고향 솔로에서 시장으로 출마해 기록적인 득표율(86%)로 당선돼. 조코위의 후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지?
전임자들과 달리 정치족벌을 형성하지 않겠다는 조코위의 입장도 미묘하게 바뀌었어. 2020년 영국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내가 가족이나 아들을 장관으로 임명하면, 그건 정치왕조다. 그러나 그들이 선거에 참여한다면, 그건 조코위가 아니라 국민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어. 그러더니 아들이 선거에 출마해 시장이 된 거야.
대선을 앞두곤 아예 아들을 부통령 후보로 내보낼 계획을 세웠어. 인도네시아 헌법은 40살 이상에게만 대통령·부통령으로 출마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거든. 그런데 조코위 매제가 소장을 맡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나이 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기브란 시장이 입후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어.
인도네시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왼쪽)이 14일(현지시각) 자카르타에서 대선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프라보워 후보 옆에는 그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가 서 있다. 연합뉴스
Q. 그런데 왜 아들을 경쟁자 편에 붙여줘? 한국 사정에 대입시켜 보면, 윤석열이 이재명을 자기 후임으로 밀어 줄테니 부인 김건희를 총리 시켜라, 뭐 이런 건가?
A. 하하. 비유가 참 찰지네. 맞아, 아들이 조코위가 속한 정당이 아니라 야당 지도자인 수비안토의 러닝메이트가 된 게 더 충격적이었어. 본래 여당인 인도네시아민주투쟁당(PDI-P)의 간자르 프라노워가 조코위의 후계자로 여겨졌는데, 갑자기 수비안토가 훅 들어온 거야.
조코위는 물론 선거 내내 누구를 뽑아라, 이런 말을 입밖에 낸 적이 없어. 하지만 아들이 부통령으로 선거 운동하고 돌아다니는데 뻔하지 않겠어. 박근혜가 한때 ‘선거의 여왕’이었잖아. 인도네시아에선 ‘조코위 효과’라는 게 있어. 그가 낙점하면 다 선거에서 이기거든.
조코위는 ‘인도네시아민주투쟁당도 나, 조코위 덕분에 제1당이자 여당이 된 거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 그러니 자신이 속한 정당의 승리보다는 본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존할 방법을 궁리한 거겠지. 조코위 인기가 높다고 해서 여당 후보가 승리를 따놓은 당상은 아니었어. 수비안토는 조코위와의 두 차례 대선에서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보여준 기득권 대표선수거든. 조코위로서는 기득권층과 손잡고 대선 이후에도 파워게임을 벌여나갈 심산이야.
여당 후보를 당선시켜서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면 되지 않냐고? 물론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가 기득권층에 휘둘려서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면 도리가 없잖아. 차라리 수비안토를 밀어서 자신이 직접 권력을 쥐고 기득권을 상대하겠다는 속셈이야.
Q. 그런데 수비안토는 변신술이 대단한 거 같다. 독재자 사위이자 잔혹한 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는데 어떻게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이미지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다는 거지? 그가 대통령이 되면 조코위 뒤통수를 치지 않을까?
A. 거듭 말하지만, 수비안토는 수하르토 시절에 완성된 인도네시아 기득권 엘리트층의 대표야. 아버지는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경제보좌관과 장관을 지냈고, 할아버지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국영은행 창립자이자 국가 최고자문위 위원장을 지냈어. 본인은 사관학교 졸업 뒤 승승장구해서 1983년 수하르토 대통령 사위가 됐지. 이후 특수부대 지휘관으로 동티모르에 파견돼 동티코르의 독립운동을 진압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그곳에서 독립운동가 살해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지. 수하르토 반대자들의 납치와 실종에도 손을 보탰다는 의혹도 있고. 납치 피해 생존자 9명에 대해서만 자신이 납치를 명령했다는 것을 인정할 뿐 나머지 혐의는 모두 부인하고 있어.
2019년 대선까지만 해도 강경보수 이미지였는데, 조코위와 동맹을 맺은 뒤로는 전략을 바꿨어. 틱톡에 춤 추는 동영상을 올리며 획기적인 변신을 꾀했지. 자신이 납치를 지시했다던 민주화 운동가들도 참모로 영입했어. 이번 선거 캠프 대변인도 납치 피해자 출신이야.
이런 유연함 때문에 당선됐지만, 한편으론 그 유연함이 집권 뒤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 없어. 조코위를 개무시하는 것을 넘어 아예 힘을 빼버릴 거라는 예측도 있어. 조코위가 되치기 당할 수도 있겠지.
Q. 하지만 수비안토가 얼마나 변화했냐, 조코위가 얼마나 인기가 높냐의 문제와 별도로, 비판이 만만치 않을 것 같네.
A. 조코위 지지자들이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건 두번째 대선에서 러닝메이트로 보수 강경 성향의 무슬림 성직자 마루프 아민을 선택할 부터였어. 보수층의 표를 얻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긴 했지만 조코위를 열렬히 지지했던 민주화 운동 진영에선 탄식이 새어나왔지.
조코위는 이후 자신의 대표 상품이었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반부패위원회의 독립성을 제한하는 조처를 취했어.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데 악용되고 있는 사이버범죄 단속법도 제정했고. 선거 직전에 인도네시아 탐사 저널리스트인 단디 드위 락소노가 제작·감독을 맡아 조코위의 부정선거 의혹을 고발하는 ‘더티 보트’가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화제를 일으켰어. 조코위가 새로운 기득권층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많지.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맨 오른쪽)이 2015년 6월11일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왼쪽 셋째) 결혼식에서 가족 사진을 찍고 있다. EPA 연합뉴스
조코위의 변신에는 분명히 사욕이 작용했겠지만, 현실적 선택이란 측면도 살펴봐야 해. 인도네시아는 ‘불가능한 나라’라는 평가가 있어. 이처럼 거대한 다민족·다인종·다언어 국가가 하나의 나라로 존속하는 게 기적이라는 거지.
물론 조코위가 어떤 전략을 갖고 수비안토와 정치적 동맹을 맺었는지는 몰라도 그 과정이 좋아보이지 않고 그동안의 긍정적 평가를 허물어뜨린 건 분명해. 어쨌든 조코위나 수비안토는 모두 이제 호랑이 등에 올라탄 셈이야. 조코위와 수비안토의 전례없는 정치적 동맹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보자고.

대박입니다!(4)